상대는 막대한 자본과 권력으로 무장한 기득권 세력이었다.
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였을 뿐,
어떻게 할 거냐? 백자 높이의 허공, 선 자리는 장대 끝, 바람이 불면 휘청거리는 위험한 곳.
이 싸움이 그 후 얼마나 험난한 가시밭길을 넓힐지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면 아무도 싸우지 않을 게 분명했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도 부정과 싸우지 않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위태로운 허공,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했다.
한 걸음 앞
아파트 특별 분양은 곁가지였다.
몸통은 땅의 가치를 천정부지로 치솟은 용도변경이었다.
거리가 나오는 지점, 나는 사건의 본질을 추적하는 KBS ‘추적 60분’팀의 취재와 인터뷰에 응했다.
나와 인터뷰 도중 내 사무실에 오기 전 수차례 검찰을 사칭해 시장 비서진과 통화했고 시장과의 연결을 요청한 KBS PD에 시장이 전화하자는 음성 메시지가 왔다.
용도변경의 최종 인허가권자였던 성남시장에게 전화한 피디는 자신이 파크뷰 사건의 담당 검사라며 솔직하게 전모를 털어놓으라고 촉구했다.
당시 성남시장은 속사정을 털어놓았고 기자는 녹음을 전화로 했다.
며칠 뒤 녹음이 추적 60분 방송에 나왔지만 반응이 없다.
나는 PD를 졸라 녹음 파일을 받아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했다.
마침 지방선거와 맞닥뜨려서 세상이 뒤집혔다.
당황한 성남시장은 PD 검사 사칭의 배후로 나를 지목했고 검찰은 나를 공범으로 기소했다.
사칭한 프로듀서는 선고유예였다.
파크뷰 특혜사건 다툼은 수년간 계속됐다.
무려 499세대를 정관계 법조계 언론계 인사들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드러나 지원을 하고 돈을 받은 경기도지사 부인 성남시장 경찰간부 언론인 정치인 등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돌이켜 보면 그 사건은 나와 부동산 마피아, 음험한 기득권 세력과의 전선이 구축되는 순간이었다.
이 대목에 대해 한 평론가는 부동산 패권주의 세력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고 표현했다.
문제는 이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기세력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땅을 통한 그들의 이익 추구는 만족을 모른다.
이들은 전방위적인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서로 결탁해 범법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긴다.
이들은 이길 수 없는 거악이요, 우리 사회의 숨은 실세였다.
다음 호에 계속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