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예절에 나는 눈물이 났으니 정작 오늘 신부는 서먹서먹한 얼굴이었지만, 신부 아버지는 눈물을 참느라 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표정이 일그러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는 순간 우리 아버지가 생각났던 것이다.
아버지는 내가 결혼하는 날에 울고 있었다.
아니, 울었대. 나는 결혼한다는 감정에 들떠 아버지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결혼식 후 나를 만나는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은 한결같이 내게 물었다.
아니 왜 그렇게 신부 아버지는 울었어? 딸을 시집 보내는 것이 그렇게 아까웠던가?”
아버지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기는커녕 어깨를 들썩이며 슬퍼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딸 시집 보내는 날이 아니라 안 좋은 일로 울고 있으면 그렇게 울었대요. 그래서 궁금했구나 왜 그리운가. 한 분은 아버지가 대충 닦을 손수건을 들어주는 사람도 없이 장갑 낀 손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그 말을 전해 주는 이에게 나는 오히려 물었다.
아버지가 우셨어요? 왜요?
나는 그때 고개를 갸웃했다.
아버지가 왜 우셨지?하고 친정에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 나 결혼하는 날 울었어요? 아버지는 즉답하지 않고 내게 들키기 싫다는 사실을 들킨 듯 시선을 멀리 두고 천천히 말했다.
“울었어.”
왜요? 왜 울었어요?”
아버지는 뭔가 덧붙여 말씀하셨지만 그 내용이 진심이 아니었는지 아니면 나의 주의를 잘 듣지 못하셨는지 별로 의미 있는 말은 하지 않으셨다.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났더니 기뻐서 그랬다던가, 아버지도요. 세월을 반복하며 살면서 “아버지는 그때 왜 그렇게 슬프게 우셨을까?”라며 결혼식을 올릴 생각을 하곤 하는데, 오늘은 결혼식에서 눈물을 참는 신부 아버지를 보면 우리 아버지가 생각났다.
오늘 나의 독백은 이랬다.
아빠, 눈물 많이 났겠다.
’
뿌듯한 마음으로 옆에 있는 남편에게 직접 물었다.
너도 내 딸 시집 보내는 날 눈물 나겠지? 남편은 물기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데?”
앙상한 뼈에 껍질만 드러난 무릎으로 고독하게 굽이치는 계곡을 건너온 아버지와 비교적 순탄한 인생의 계곡을 건너온 남편. 사정이 많지 않은 남편이 딸을 시집 보내는 장면도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지만 하물며 사연이 많았던 아버지가 자식 가운데 처음으로 딸을 시집 보내는 순간 울지 않으면 언제 어느 아버지가 운단 말인가. 우리 아버지 정말 눈물이 나셨겠다.
왜 울까라는 의문을 품은 사람만 있었을 뿐 울 만하다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 그 후일, 훗날에도 왜 눈물을 거두었을까.
아이들이 결혼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만일 결혼식 날 내가 우는 순간이 있다면, 그야말로 아버지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곳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때는 위로하지 못하고 장난을 친 나에 대한 후회도 더 할 것이고, 무엇보다 마음으로 눈물을 참아온 아버지의 연민에 한 발 더 다가가 알게 된 것을 회한할지도 모른다.
속병이 깊었던 어머니를 위해 숟가락 하나 주지 않고 시집 보내는 딸을 슬퍼했을까. 딸을 시집보내면서 태어난 정을 키운 정을 회상하면서 아내와 나누지 못한 고독이 깊었던 것일까. 의지하던 딸의 부재가 모자랐던 것일까. 함께 돌보던 앞이 보이지 않는 아내의 병마를 혼자 참고 견디는 외로움이었을까. 다시는 딸 조잘담을 곁에 두고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컸을까. 아픈 발을 밟아준 딸이 내 집에는 없을 거라는 외로움이었을까. 내가 모르는 아버지 눈물의 근원은 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다 모르지만 우는 이유도 많았지만 그때는 몰라서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왜 울었어요?”라고 묻지 말고 “아버지”라고 불러서 살짝 안아드릴 걸 그랬다.